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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18세기는 무엇인가?

18세기는 이미 언제나 '오래된 미래'이다. 18세기는 흔히 말하듯이 단순히 이성과 질서와 조화의 시대만은 아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하여 호기심도 많고 활력이 흘러넘쳤던 역동적인 시대였다. 18세기의 풍요롭고 다채로운 정신, 사상, 제도가 '계몽'(enlightenment), '근대'(modernity)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18세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인식소는 계몽이다. 그 뜻은 '빛을 비쳐주기'이다. 그 빛은 중세와 전근대 시대의 모든 불합리를 '비판'하고 광정하는 '빛'이다. 18세기의 이러한 계몽정신 또는 계몽사상은 곧 바로 전근대 시대의 근대(화)로 이끌었다. 근대는 진보, 발전, 비판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이 시대의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스코틀랜드의 수사학자이며 경제사회이론가인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이다. 그는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주창하는 『국부론』(1776)의 저자이기도 하지만 이미 그 이전에 자본의 힘을 처음부터 통제하기 위해 개인의 도덕성을 강조한 『도덕감정론』(1759)을 저술한 바 있다. 그러나 후에 계몽과 근대의 '초심'은 변질되고 파행으로 치달았다.
20세기가 그런 시대였다. 이제 21세기에는 18세기에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고 또 '18세기로 다리를 놓기' 위해 우리 모두가 건전한 18세기주의자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18세기는 우리가 '법고창신'(法古創新)해야 하는 '오래된 미래'이다. 우리의 미래인 21세기는 이미 18세기에 존재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근대'와 '탈근대' 모든 것의 '시작'은 18세기에 있었다. 그러나 영문학에서 18세기는 그 역사적 중요성이 17세기나 19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폄하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8세기에 자본주의의 태동, 증기기관의 발명 등 산업혁명과 도시화의 시작,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운동, 프랑스대혁명, 근대적 자아형성과 개인주의의 확립, 은행과 신문잡지, 커피하우스 등 근대적 제도가 정착되었고 근대소설이 토착화되었다. 엄청난 지식과 정보, 개인의 욕구들이 충일한 시대였고 백과사전과 언어사전들이 출간되었으며 '시민사회'와 공적담론의 장이 열린 '공적 영역'(public sphere)이 수립된 시대였다.
서구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불러왔고 국제주의나 세계화도 이미 시작되었다. 한반도 조선도 예외가 아니어서 선진 청조(淸朝)와 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 등을 통해 '북학'(北學)과 '서학'(西學)이 들어왔고 영, 정조 시대에 관념적 주자학과 성리학에 반대하여 '실학'(實學)사상이 수립되기도 했다.
18세기는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물적인 격변 속에서 갈등과 모순의 시대이기도 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18세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역사의식을 요구한다. 나아가 18세기 연구는 학제적 연구방법론과 동서 비교 문화적 조망까지도 필요하다.

이런 역사 문화적 맥락에서 '18세기 영문학'이라함은 넓은 의미에서 '영국비평의 아버지'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이 살았던 17세기 중반 '왕정복고기'로부터 심지어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나 사무엘 콜리지(Samuel Coleridge)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이 남아있는 19세기 초반까지를 포함하는 소위 '길고 긴 18세기'(Long, Long Eighteenth-Century)를 지칭한다. 영문학사에서는 이 시기를 흔히 '신고전주의시대'라는 진부한 명칭을 부여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협의의 개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좀더 객관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의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18세기 영문학'이라는 말을 사용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18세기 영문학 연구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19세기는 물론 20세기 초까지도 18세기 영문학은 골동품 문학이거나 이류문학으로 폄하되었다. 그러나 T. S. 엘리엇 등에 의해 18세기 영문학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여 신비평의 시대인 40년대에서 50년대까지 18세기 영문학은 다시 읽혀지고 단아한 듯하면서도 복합적인 유기적 구조를 가진 새로운 문학으로 재평가되었다.
그 후 비평과 이론의 시대인 60년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18세기' 논쟁과 더불어 18세기 영문학의 다양성과 풍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었다. 최근에는 '세계화된 18세기'(Global Eighteenth-Century)론이 등장하여 연구의 영역이 전 지구적 주제로 확대 심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18세기영문학회'는 2004년 2월 고려대학교에서 창립되었다. 그 후 2004년 6월 한국영어영문학회 창립 50주년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이래로 새로운 주요학회로 발돋움하고 있다.
앞으로 이 학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8세기 연구자들의 힘이 결집되어 연구후속세대를 끊임없이 배출시키고 광의의 18세기 개념에 따라 회원수를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영문학에서 18세기를 거치지 않는 분야나 장르가 있는가? 그런 다음에는 국문학, 불문학, 철학, 자연과학, 예술 등 국내의 다른 18세기 관련학회들과의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매우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18세기학회와도 학문적 교류를 맺고 '국제18세기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Eighteenth Century- Studies)와의 학제적 관계 맺기도 가능할 것이다.
이번 한국18세기학회지의 창간호 출간을 위해 여러분이 애를 쓰셨다. 김 일영 총무이사, 전 인한 편집이사 등 상임이사들, 특히 책임편집을 맡아주신 편집위원장이신 문 희경 부회장의 노고가 컸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창간호에 옥고를 내주신 필자 여러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무쪼록 이 창간호의 출간을 계기로 한국18세기영문학회가 그 지경을 넓혀나가면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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